Diary

빠쎄유 다스 비르뚜데스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랬군요 2024. 1. 26. 02:20

발음이 빡쎄네요.

Passeio das Virtudes

 

아래 링크에서 한 단어씩 발음을 찾았답니다. 

 

https://forvo.com/search/passeio/pt/

 

낮술에 흥건해져서 호텔에서 단잠을 잤습니다. 4시가 넘었습니다. 석양을 볼 곳까지 걸어가면 대략 제 때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갔던 모루공원은 워낙 랜드마크로 유명해서 갔었고 명불허전 석양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했었는데요. 오늘 석양을 볼 곳은 리스본에서 만난 포르투 토박이가 추천해 준 장소입니다(포르투갈 여행기, 들어가며 편)

 

생각보다 넓은 곳이어서 우리가 있던 곳 말고 다음에 간다면 잔디가 깔린 언덕으로 갈 것입니다. Parque das Virtudes 진짜 글 쓰는 시점에야 알았는데 추천받은 곳이 이곳이었네요. ㅠㅠ 빠르끄를 추천했는데 빠쎄유를 갔어요.

 

빠르끄 다스 비르뚜데스의 스트릿뷰입니다. 모루공원> 빠쎄유 다스 비르뚜데스>빠르끄~ 순으로 사람이 없네요.

https://www.google.com/maps/@41.14467,-8.6198801,3a,90y,177.39h,83.46t/data=!3m8!1e1!3m6!1sAF1QipNCWj8ejLw0CT7T7MKmA1djygCJLwAfsRH03RXj!2e10!3e11!6shttps:%2F%2Flh5.googleusercontent.com%2Fp%2FAF1QipNCWj8ejLw0CT7T7MKmA1djygCJLwAfsRH03RXj%3Dw203-h100-k-no-pi-0-ya34.77568-ro-0-fo100!7i10240!8i5120?hl=en&entry=ttu

 

잰걸음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갑니다. 건물 위에 걸친 해를 보니 적어도 30분은 여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Parque infantil Cordoaria를 지나갑니다.

 

힘들 새도 없이 금방 내리막길입니다. 그림자 부분이 많아진 건물 모습에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Cooperativa Artística Árvore 갤러리 건물의 황토색이 편안합니다.

 

여기가 목적지입니다.(빠르끄가 아닌 빠쎄유)

 

해는 아직 먼 언덕 위에 뽐내고 있고 대충 주변을 둘러본 뒤에 자리 잡고 앉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도 미리 와서 벤치나 편한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커플들이 일정 간격으로 있어서 사회적 거리를 감안하면 마땅한 자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비비적될 만큼 붐볐던 모루공원에 비하면 훨씬 한가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버스킹 목소리도 좋습니다.

 

맥주라도 마실까 바로 뒤에 있는 편의점에 가는데 그 옆의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가 보입니다. The Caver라는 서명이 보입니다.

 

편의점은 저희와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계산원 앞에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리스본 해산물집에서 사그레스는 종류별로 다 마셔봤으니 오늘은 Super Bock이라는 포르투갈 맥주 두 병을 골랐는데 돌려 따기입니다. 계산원에게 오프너 말하려고 입술 주변 근육 예비운동을 하다가 등 뒤 열린 철문에 오프너와 함께 뚜껑을 버릴 통까지 마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복적인 단순한 것들은 제도화된다.

 

너희들도 인생샷 하나 찍어주마. 

 

금방 해가 뚝 떨어졌네요. 10분 후면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쨍하게 찍히지 않았는데도 이 사진이 많이 마음에 듭니다. 으스름 어둠이 오기 전 강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좁은 강 양측 언덕을 덮고 있네요. 수증기가 계곡에 갇힌 것이지만 계곡이 물에 빠진 셈이기도 하지요.

 

저 위에는 건조합니다. 새는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이 자신의 몸에도 어렸다는 것을 모르겠죠? 언제부턴가 석양 자체보다 석양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이 더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반대 편엔 달이 핼쑥하게 떠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고 오그라든 채 매달린 나뭇잎들이 온 여름 내내 그슬리다 버틴 결과라고 생각하니 편해 보이진 않습니다.

 

책을 읽던 휴대폰 보던 사람은 고개를 들고 해를 보는 것일까, 사진 찍는 저를 보는 것일까요. 기왓장과 벽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겠지요.

 

나무 그림자가 중첩된 건물벽을 볼 때면 항상 뭔가 사무친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게 만듭니다. 한 달 살기 한다면 매일 해 질 녘에 책을 읽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은 잠시 머무는 사람이겠죠.

 

여기서 본 아름다운 커플, 젊은것 하나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애매하게 떨어져 앉은 모습이 연인이나 여행의 동반자 같아 보이지 앉고 막 데이트 시작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데이트라기보다 수업 마치고 같이 산보 나온 클래스메이트 같은 분위기입니다. 태양을 빨간 머리로 받으며 십자수에 여념이 없는 남자와 다소 터프하고 큐트한 아가씨는 이 시간 이 장소에서 스스로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 둘이 대화를 나누고 따로 혹은 같이 해 지는 풍경을 보기도 하며 어두워질 때까지 머뭅니다. 이 사람들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한 장 정도는 올려도 되겠지 생각하고 이 장면으로 정했습니다. 십자수 놓는 유일한 장면이거든요. 예쁜 만남 이루어졌길, 비포선라이즈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숨 멈추고 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여객기도 궤적만 보이는 소형 비행기도 일정 마무리 중인 태양도 한 발 앞서 날아가려는 새들까지도 숨을 멈추면 멈출 것 같기 때문에요. 셔터로 붙잡은 것이지만요.

 

강한 빛이 사라지자 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슈퍼복 맥주가 바닥났습니다. 

  

오늘 숙소를 찾아가는 새 떼와

 

당장 먹을 것 찾아 두리번거리는 한 마리의 새

 

한낮의 빛이 아직 끈끈하게 붙어있는 유리창과

 

빨래와 그라피티와 나무그림자와 반영이 여러 겹으로 빛의 법칙에 따라 한 면에 공존합니다.

 

자연을 거스르는 가로등 불이 켜지고

 

해가 떨어진 충격으로 멍든 것처럼 하늘이 시시각각 급박하게 변합니다.

 

붉은빛은 항상 그렇듯 영원할 것 같지만 빨리 사라집니다.

 

새들도 다 떠나갔고 우리도 저녁식사를 찾아 떠납니다. 거리에는 조명들이 먼저 도열해 있고 사람들은 아직 황혼에 취해 있는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내리막길 따라 계속 강변을 향해 갔습니다. 건너편이 아주 멀어 보이지만 그 불빛은 수면 위로 이쪽까지 닿아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그룹이 있어 앉아서 한참을 들었고 그러다 아내의 행적을 놓쳐 헤맸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정어리튀김을 찾아 주변 식당들의 메뉴를 봤지만 마땅치가 않습니다.

 

강 이쪽에는 그룹 관광객들이 깃발을 따라서 식사를 하러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강을 건너가서 포트와인 시음을 하기로 했습니다. 루이스 다리 아래쪽으로 건너면서 찍은 모습입니다.

 

샌드맨은 사진만 찍고 바로 옆으로 갔습니다.

 

화장실 가다가 실내 사진을 찍었고

 

바깥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봤습니다. 6잔의 포트와인 테이스팅을 주문했습니다. 처음이니 그런 것이고 또 간다면 30년짜리 한 잔 마실 것 같습니다. 6잔 플라이트에 20년짜리가 마지막입니다. 6잔을 둘이 나눠 마셨는데 멈추자니 아쉽고 더 주문하자니 과음이 될까 참았습니다.

 

종업원이 설명하면서 따라줬지만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네요. 정말 궁금해서 종업원에게 물었습니다. 와인 병의 이 분이 누구냐고, 당황하면서 굿 퀘스쳔 그러더니 그냥 갑니다. 영어가 짧아 겨우 설명만 외웠는지 역사를 물어보니 바로 답을 못합니다. 직원이 다시 오기 전에 검색해서 확인했습니다. 페레이라는 포르투갈인이 운영하는 포트와인 브랜드입니다. 대부분 영국인 소유라네요. 

 

Antonia Ferreira는 포르투갈에서는 너무 유명하고 한국에서는 그냥 포트와인 브랜드라서 그런지 도나 안토니아에 대한 정보는 영어위키 말고 거의 없네요. 포르투갈 포트와인의 자존심이자 레전드로 최상급의 와인 레이블에 초상을 사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한 짧은 내용이지만 읽어봤고 페레이라 와인을 마셨으니 이제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니 부담을 덜은 듯 되게 좋아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ntonia_Ferreira

 

 

음식도 좋았어요. 음식사진은 여행기를 쓰고 다시 읽을 때 회상의 공백이 없으려면 필요합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단체사진을 만들었니다.

 

맛있었던 디저트 아이스크림은 단독샷^^

 

포트와인 맛은 알겠는데 비슷하면서도 10년과 20년은 조밀함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포트와인을 산다면 20년 이상, 기회가 된다면 더 오래된 것을 마셔보겠습니다. 20년 된 것은 가격이 적당한데 30년 이상부터는 좀 부담되더군요. 포르투갈 현지에서 병으로 사 먹을 정도로 시간적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에서 매일 와인 1병 마셨던 것에 비하면.... 포트와인을 여행초기에 사서 매일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정한 주당의 길은 이제 나이와 함께 멀어졌습니다.

 

8시 조금 넘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레스토랑을 나와 다시 루이스 다리 밑으로 강을 건너고 유명하다는 언덕 골목을 올라갔습니다. 다리 끝에 길을 건너 계단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터널과 곤돌라 사이의 계단인데 다른 길들은 모두 큰길입니다. 길 이름이 Escadas do Codeca입니다.

 

낮에 찍은 사진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에 가면 멋진 사진들이 있습니다.

https://gailatlarge.com/blog/2015/01/31/30303/

 

밤에 지나갔지만 낮에 찍힌 2015년(8년 전) 사진을 보고 비교하니 그라피티는 생물처럼 계속 변하는군요. 담과 벽은 그대로인데 그림이 다르니 전혀 다른 곳 같습니다.

 

 

계단을 모두 오르니 내려다 보이는 모습입니다.

 

 

 

사람만 야경 좋아하는 게 아니네요.

 

머리 위에는 루이스 다리의 위쪽 부분이 보입니다.

 

저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하얀 부분 위에 눈동자는 아주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다른 사진 확대해서 확인했어요)

 

주변 풍경과 그라피티를 제치고 고양이가 온통 관심을 끌었습니다.

 

고양이를 지나니 호들갑스러운 그라피티가 가득한 골목입니다.

 

골목 끝에서 본 Igreja de Santa Clara의 외벽에 붙어있는 타일들은 왜 저렇게 붙였을까요?

 

 Igreja de Santa Clara 성당 안은 이렇게 생겼대요.

https://www.google.com/maps/@41.1425816,-8.6092535,3a,90y,155.58h,124.13t/data=!3m8!1e1!3m6!1sAF1QipPvXrt_XqXvBGHci3BE-s5FZBaBKSS4xO5lpREX!2e10!3e11!6shttps:%2F%2Flh5.googleusercontent.com%2Fp%2FAF1QipPvXrt_XqXvBGHci3BE-s5FZBaBKSS4xO5lpREX%3Dw203-h100-k-no-pi-0-ya229.98087-ro0-fo100!7i7168!8i3584?hl=en&entry=ttu

골목이 끝나고 주욱 걸으니 상 벤투 역사 근처의 골목입니다.

 

포르투의 일정도 이렇게 끝났구나 생각하니 골목 풍경이 쓸쓸해 보입니다. 초점이 안 맞아서 그런 걸지도.

 

문 닫힌 통조림가게 위 빨래가 예술적으로 걸려있네요. 

 

고민 끝에 빨래 사진 올리기로^^

 

이제 다 아는 것 같은 길목이 보이고 

 

아직 닫지 않은 통조림가게 구경도 하고

 

 젤리 가게인 Candy Lisa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면서

 

호텔에 도착하니 아직 9시입니다. 

내일은 오전에 포르투 산보 좀 더 하고 리스본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