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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과 예술 감상의 키메라, 가여운 것들 돼지머리와 닭의 몸, 말대가리만 있는 증기마차 등 기괴한 볼거리가 많은 '가여운 것들'은 무엇이 '가여운' 것일까 찾아가는 감상자세를 취하면서 봤었는데요. 인간 자체가 '신'의 눈으로 볼 때 가엾고 신을 자처하는 인간이나 같은 인간끼리 소유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가여워 보이려다가(처음에는 그렇게 관조하는 모습으로 감상했다가) 그런 것을 유도하듯 화면이 장면이 바뀔 때 어안렌즈로 촬영한 듯 혹은 만화경을 보듯 주변부가 어둡게 보이길래 제목은 페이크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관찰하고 있는 듯한 관객을 감독이 인식한다고 알려준다고나 할까요? 감독 혹은 작가는 사디스트인가?라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죠.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영화가 아니라 이건 상상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푸는데 그렇다면 왜 이런.. 2024. 3. 20.
추락의 해부를 위한 5개의 메스 작가인 샌드라가 인터뷰하는 도중에 남편이 작업하면서 크게 틀어놓은 음악은 인터뷰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관객인 제가 화면을 끄고 싶을 정도로 음악은 시끄럽습니다. 원래 50센트의 음악은 리듬감 있고 걸쭉한 보컬의 거친 맛이 가사의 상스러움을 잊게 만들지만, 목조건물에 쿵쿵대는 진동은 층간소음의 심각함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음악으로 정황을 알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메스 Bacao Rhythm & Steel Band - PIMP https://youtu.be/MQ6J4xHuMgc?si=NCOKpYAUasXzQ2tX I don't know what you heard about me But a bitch can't get a dollar out of me No Cad.. 2024. 2. 26.
읽는 삶과 쓰는 삶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봤습니다. 개봉 당시부터 보고 싶었기에 스트리밍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었죠. 봤습니다. 위키 페이지에 가면 여러 영화평론가들의 촌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EC%9E%90%EC%82%B0%EC%96%B4%EB%B3%B4(%EC%98%81%ED%99%94) 영화가 끝나고 입이 얼어붙은 듯 아무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생각나는 말들이 위 링크의 촌평들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뭔가 할 말이 남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볼까? 왜? 대사와 화면이 멋진데 기록하고 옮기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되지 않을까? 그건 영화 내용인데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발췌하고 싶은 것인가? 모두 아닙니다. 그냥 잤습니다. .. 2024. 2. 18.
김애란, 스스로를 위한 솔직함 글을 쓰다 보면 펜 끝이, 이 말은 어폐가 있는데 자판을 치면서 펜이라 합니다^^, 마치 스케이트 날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문장이 완성되려면 주어 다음엔 술어부가 이어져야 하는 것처럼 마땅히 써야 하는 어떤 것으로 몰리게 됩니다. 기실 글을 쓰면서 마음에 문장을 완성하고 쓰는 게 아니라 펜 끝이 문장의 다음 단어라는 징검다리로 점프하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사심 들여 사실 보다 미화시키거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기술이 들어가면 글 자체가 일그러지게 됩니다. 경험이 진짜로 납득되면서 재미까지 있으려면 아무리 황당하거나 부끄러운 이야기라 하더라도 솔직하다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 김애란의 글이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말 했었지요. 최근의 인터뷰에서 김.. 2024. 2. 8.
김애란과 지그문트 바우만 내면의 탐색을 생략했을 때 해석의 여유와 자유를 줌과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들추기 싫은 자신의 내면을 만나게 만드는 날카로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최윤의 몇 작품들은 그래서 좋았습니다. 이어서 김애란의 작품들을 읽는데 책을 읽고 자란 세대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읽다 보면 편집작가의 가위질이나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는 듯한 그런 글을 구사하더군요. 아울러 단어를 구슬리고 희롱하는 유희를 능수능란하고 천연덕스레 벌입니다. 소설이라는 쇼 무대에서 MC를 맡아 좌중의 시선을 포로로 삼아버리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사진의 맨 위 책부터 연대 순으로 읽는 중입니다. 도도한 인생이나 침이 고인다 같은 작품에서 청각과 미각을 동원해서 문학적 관능을 자극합니다. 목수가 목재의 모양과 재질을 살피듯 단어를 툭툭 쳐보.. 2024. 2. 3.
의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의식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 임박"이라고 굵은 폰트로 쓰인 썸네일에 혹해서 잠시 봤는데 굵은 폰트와 썸네일 속의 자극적인 단어가 낚시에 역시 효과적이구나 라는 생각만 남았습니다. 동영상에서 나온 두 학자(David Chalmers, Christof Koch)가 나온 최근 기사를 찾았습니다. 두 학자 각각 정보가 많지만 집중과 선택, 지금은 '특정 연구결과'만 알아봅니다. 관련 기사 (뉴욕타임스 230701) https://www.nytimes.com/2023/07/01/science/consciousness-theories.html?smid=nytcore-android-share 위 기사와 거의 같은 내용이 한겨레에 실려 있습니다. (한겨레 230719) https://www.hani.co.kr/arti.. 2024. 1. 31.
리스본을 떠나며 It is an error, a nonsensical act of violence, when we concentrate on the here and now with the conviction of thus grasping the essential. What matters is to move surely and calmly, with the appropriate humor and the appropriate melancholy in the temporally and spatially expanded internal landscape that we are. 본질적인 것을 파악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은 오류이며 무의미한 폭력 행위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 2024. 1. 28.
리스본, 와봤던 곳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좋은 책입니다. 여행 기억이 희미해지고 사진이 상기시키는 단편적인 순간들이 식상해질 무렵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북에서 travel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니 아마데우의 말들이 쏟아집니다. And not only in time are we expanded. In space, too 시간으로만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We go to ourselves, travel to ourselves, when the monotonous beat of the wheels brings us to a place where we have covered a stretch of our life, no matter how brief it may have been. 단조로운 바퀴의 비트가 .. 2024. 1. 28.
카프카, 변신, 심판, 성; 워들링의 잔재물들 변신을 읽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고 있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 임장해 있는 것, 타의에 의존해 기대할 수 있는 것과 벌어질 일들이 격차가 너무 커서 상황을 개선할 여지가 없으며 탈출할 도리가 없다는 것,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로 내가 규정되고 평판이 성립된다는 것, 급기야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 정도로 짧지만, 강력한 뒷맛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심판을 읽을 때가 생각납니다. 변신은 신체적 변화로 인해 사회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주변인이나 주어진 일들과 나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금 발휘할 수 있는 자기 능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면 심판에서는 주어진 역경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관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2024.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