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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2, Conclave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후에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것 보신 분 있으실까요? 오르한 파묵과 튀르키에의 역사를 말하면서 오르한 파묵의 작품은 튀르키에의 역사를 알면 행간이 읽힌다는 말씀이었는데요. 한강 작가의 작품 또한 한국 역사의 맥락을 알면 작품에 대한 이해와 몰입이 다를 것이란 말이 한국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음에도 노벨상 수상까지 갔다는 것은 작품 속 문장이 뚜렷한 전달력이 있어서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를 보면서 연상된 것은 양극화와 갈라치기, 계엄과 강압적 폭력, 광주사태와 도청사수의 밤 정도였습니다. 황동혁 감독이 의도했건 안 했건 작품 속에 한국사회상과 역사적 맥락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나치리 만치 비장한 이정재의 표정과 대.. 2024. 12. 31.
런던 여행 3 - 증폭과 조율의 결과, 하아모니 지금이 제일 쌀 것이야. 트럼프 집권하면 관세가 오를 것이고 물가는 지금보다 오르겠지,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싼 가격에 단념하기가 쉬울 것이야.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서 자신을 설득해 구입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여행에서 돌아온 저를 반가이 맞이하더군요. 윔울트라라는 작은 덩치에 많은 기능이 담긴 놈입니다. 프리앰크 기능을 하기에 파워앰프를 따로 주문해서 연결하고 스피커를 바꿔가면서 이리저리 노는 맛이 며칠 동안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참담하고 암담한데 음악이라도 잠깐 들으면 위안이 됩디다. 음악을 듣다가도 뉴스를 검색하니 차도가 별로 없지만요. 오디오를 연결하고 결과물인 음악을 듣는 것이 그리 매끄러운 동선으로 이뤄지진 않습니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의 적당한 볼륨을 찾아야 하고 서브우퍼의 크로스오버.. 2024. 12. 30.
런던 여행 1 - 이오 카피타노 세네갈 다카르에 사는 세이두와 무사는 유럽에 가서 음악으로 성공해 백인들에게 싸인을 해주는 꿈을 꾸며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불 같은 반대에도 몰래 떠나는데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본 이오 카피타노(Io Capitano)의 썸네일 화면입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단어와 일치하는 장면이죠.  이 장면은 영화 속 참담한 상황을 환상같은 모습으로 치환한 것입니다. 지옥같은 상황을 이야기하는 방법 중에 마술적 사실주의는 미래지향의 서술법이라 생각합니다. 지옥을 벗어나는 마술은 없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고 지옥 속에서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기에 목격자(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악의없음'을 알리는, 쓰디 쓴 에스프레소에 떨구는 각설탕 같은 것이 마술적 사실주의겠죠. 질긴 비극의 .. 2024. 12. 30.
런던 여행 2 - 노동자들 여행 다녀온 이후 비가 줄곧 내립니다. 창 밖을 보다가 거터가 주저 앉아 지붕과 거터 사이로 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그냥 두면 젖은 처마 밑 나무가 썪어들어갈 것입니다. 비가 솔찮게 내리지만 개의치 않고 나가서 거터를 바로잡았습니다. 날 좋은 날 제대로 못을 다시 박아줘야할 곳입니다. 작년에 데크 작업을 하던 우크라이나 노동자가 사다리를 미리 치운 관계로 2층 거실을 통과해서 들어왔었는데 작업을 마친 뒤 거실로 통과하기 미안해서인지 지붕을 넘어서 퇴근했습니다. 그 선의는 이해하겠는데 넘어가면서 거터를 밟는 바람에 영구적인 손상이 일어났네요. 집 고치러 오는 사람들이 집을 망가뜨리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계약 당시에 까다롭게 명시하는 경우를 이전 집주인 계약서를 보고 알았는데요. 저는 그런 사.. 2024. 12. 30.
관음과 예술 감상의 키메라, 가여운 것들 돼지머리와 닭의 몸, 말대가리만 있는 증기마차 등 기괴한 볼거리가 많은 '가여운 것들'은 무엇이 '가여운' 것일까 찾아가는 감상자세를 취하면서 봤었는데요. 인간 자체가 '신'의 눈으로 볼 때 가엾고 신을 자처하는 인간이나 같은 인간끼리 소유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가여워 보이려다가(처음에는 그렇게 관조하는 모습으로 감상했다가) 그런 것을 유도하듯 화면이 장면이 바뀔 때 어안렌즈로 촬영한 듯 혹은 만화경을 보듯 주변부가 어둡게 보이길래 제목은 페이크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관찰하고 있는 듯한 관객을 감독이 인식한다고 알려준다고나 할까요? 감독 혹은 작가는 사디스트인가?라는 의문도 들기 시작했죠.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영화가 아니라 이건 상상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푸는데 그렇다면 왜 이런.. 2024. 3. 20.
추락의 해부를 위한 5개의 메스 작가인 샌드라가 인터뷰하는 도중에 남편이 작업하면서 크게 틀어놓은 음악은 인터뷰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관객인 제가 화면을 끄고 싶을 정도로 음악은 시끄럽습니다. 원래 50센트의 음악은 리듬감 있고 걸쭉한 보컬의 거친 맛이 가사의 상스러움을 잊게 만들지만, 목조건물에 쿵쿵대는 진동은 층간소음의 심각함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음악으로 정황을 알 수 있습니다. 1. 첫 번째 메스 Bacao Rhythm & Steel Band - PIMP https://youtu.be/MQ6J4xHuMgc?si=NCOKpYAUasXzQ2tX I don't know what you heard about me But a bitch can't get a dollar out of me No Cad.. 2024. 2. 26.
읽는 삶과 쓰는 삶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봤습니다. 개봉 당시부터 보고 싶었기에 스트리밍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었죠. 봤습니다. 위키 페이지에 가면 여러 영화평론가들의 촌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EC%9E%90%EC%82%B0%EC%96%B4%EB%B3%B4(%EC%98%81%ED%99%94) 영화가 끝나고 입이 얼어붙은 듯 아무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생각나는 말들이 위 링크의 촌평들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뭔가 할 말이 남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볼까? 왜? 대사와 화면이 멋진데 기록하고 옮기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되지 않을까? 그건 영화 내용인데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발췌하고 싶은 것인가? 모두 아닙니다. 그냥 잤습니다. .. 2024. 2. 18.
김애란, 스스로를 위한 솔직함 글을 쓰다 보면 펜 끝이, 이 말은 어폐가 있는데 자판을 치면서 펜이라 합니다^^, 마치 스케이트 날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문장이 완성되려면 주어 다음엔 술어부가 이어져야 하는 것처럼 마땅히 써야 하는 어떤 것으로 몰리게 됩니다. 기실 글을 쓰면서 마음에 문장을 완성하고 쓰는 게 아니라 펜 끝이 문장의 다음 단어라는 징검다리로 점프하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사심 들여 사실 보다 미화시키거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기술이 들어가면 글 자체가 일그러지게 됩니다. 경험이 진짜로 납득되면서 재미까지 있으려면 아무리 황당하거나 부끄러운 이야기라 하더라도 솔직하다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 김애란의 글이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말 했었지요. 최근의 인터뷰에서 김.. 2024. 2. 8.
김애란과 지그문트 바우만 내면의 탐색을 생략했을 때 해석의 여유와 자유를 줌과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들추기 싫은 자신의 내면을 만나게 만드는 날카로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최윤의 몇 작품들은 그래서 좋았습니다. 이어서 김애란의 작품들을 읽는데 책을 읽고 자란 세대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읽다 보면 편집작가의 가위질이나 감독의 컷 사인이 들리는 듯한 그런 글을 구사하더군요. 아울러 단어를 구슬리고 희롱하는 유희를 능수능란하고 천연덕스레 벌입니다. 소설이라는 쇼 무대에서 MC를 맡아 좌중의 시선을 포로로 삼아버리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사진의 맨 위 책부터 연대 순으로 읽는 중입니다. 도도한 인생이나 침이 고인다 같은 작품에서 청각과 미각을 동원해서 문학적 관능을 자극합니다. 목수가 목재의 모양과 재질을 살피듯 단어를 툭툭 쳐보.. 2024.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