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포르투 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에서 배부하는 안내지도 등의 PDF를 다운할 수 있는 링크입니다. 맨 위의 파란색 가이드 지도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고 필요에 따라 포르투 카드를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저희는 막연하게 가서 레밍스처럼 걷다 왔기에 지도를 보니 우리 동선 바로 옆의 좋은 곳도 지나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https://visitporto.travel/en-GB/document-gallery#/
흔히 한글의 우수성, 탁월함 등을 말하는 글들에서 많이 봐왔던 표현의 다양함을 이전에는 믿었었죠. 아래 기사처럼 노리끼리부터 쩐노랑 등도 그렇고, 그로부터 자유도 높게 신조어를 만들어도 저절로 알아듣게 되는 신기함이 '정말 독보적이군'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가장 연한 노랑부터 진한 순서로 '노리끼리-노르스름-연노랑-누런-샛노랑-노랑-노릇노릇-진노랑-쩐노랑' 순으로 배치돼 있어~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자의 우수성은 확실하지만 언어의 우열에 대해서는 글쎄요 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중 문화의 하위카테고리에 음식이나 언어도 포함된다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세상에 다양한 식생활과 다양한 언어가 그 우열을 따질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다만 1대1 대응이 되지 않을 뿐이다라는 것이죠.
한국인이 영어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그게 잘못은 아니며 영어권 사람은 자신들의 언어가 색깔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하며 살 것이라는 생각, 그 또한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냥 그런 겁니다.
세상에는 그냥 그런 걸로 거품 물고 싸우는 사람도 많은데 그 또한 그냥 그런 겁니다. 그러니 그냥 그런 댓글은,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안점이 아니므로 참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언어전문가도 아닌 바에 이 또한 그냥 그런 글이므로 넘어가자는 말씀~
영어에 노랑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도 많습니다. 꽃에서 호랑이까지 간접적인 표현임에도 이름마다 바탕 색깔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버터색과 레몬색과 옥수수색이 이렇게 다른 거였구나 하고요. 영어는 시각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사물, 생물의 색을 표현에 쓰는데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 또한 번역소설 등을 통해 '무슨무슨 색'으로 익숙한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한국어 또한 귤색, 호박색, 치자색, 황토색이라 말하지만 노란색의 경우 어근의 앞글자인 '노', '누'의 변용이 많고 다른 색깔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목 읽고 들어오셨죠?, 요즘 제목을 본문과 연결해서 정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목 낚시는 삼갈지라도 삐끼노릇을 하는 것은 역시 제목이기에 대충 쓸 수 없으니까요. 항상 제목을 읽으셨다는 전제하에 글을 이어 씁니다.
해 지는 시각은 4시 50분, 포르투카드 수령시각은 4시, 이 글은 4시부터 5시 30분까지의 기록입니다. 뚜쿵 뚜쿵 뚜쿵 뚜쿵, 자 지금부터 풋 더 건 다운!(잭 바우어 목소리)
호텔로 돌아가서 체크인하고 루이즈 다리 건너 모루공원에서 석양을 본 뒤 강가로 내려가서 하프래빗을 보기까지의 궤적입니다. 대략의 동선이라 골목들을 일일이 찍지 못했습니다.
호텔로 돌아온 6시 반까지 따지자면 이 궤적 곱하기 2 하면 거리가 나오겠네요. 해 떨어지기까지 모루공원에 앉아있던 시간을 빼면 4시부터 6시 반까지 내내 걸었습니다.
그동안 포르투는 제목처럼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보였습니다.
여행안내소에서 나와 Se Do Porto로 올라가는 도중입니다.
석양 맛집이고
인생 스냅사진 명소입니다. 신혼부부겠죠. 인스타에 똑같은 사진이 너무 많아 작가님들 구독 끊었다는 것은 안 비밀.
현대와 고전의 조화?
석양빛과 사물이 보여주는 마술의 시간, 영업 중인 사진작가님들의 주 활동시간, 이런 순간이 제겐 포기의 순간입니다. 지나고 보면 왜 더 열심히 사진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후회하지만 그 순간은 항상 사진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틀 치 주문한 포르투 카드 두장을 겹쳐서 주머니에 넣고 정신없이 사진 찍으며 호텔로 돌아가려다 확인하니 한 장 밖에 없는 카드에 놀라, 폰을 넣다 뺐다 하다가 딸려 나왔을 것이라 생각해서 떨어져 있는 것을 찾으려, 이 골목길과 광장을 포함한 길을 두 번 돌았습니다. 처음엔 사진 찍으며 두 번째는 바닥을 쳐다보면서^^ 못 찾고 낙심했다가 하루 뒤에 한 장처럼 꼭 붙어있는 두 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삶의 어떤 순간 한 없이 바보 같고 멍청한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다른 사람에게 구할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의 쉽고 빠른 용서가 보약입니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을 그래도 포착했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더 크게 찍었다가 크롭 한 것입니다.
낙담(이유는 위에)해서 루이즈 다리까지 사진이 별로 없네요.
황금빛 태양을 보며 기분도 이내 녹습니다.
오르지 않았는데 아래가 보이면 기분이가 좋습니다.
모루 공원, 아직 빈자리가 있을 때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군밤장수가 연기를 뿜어 동쪽은 자욱하고 정말 못 부르는 버스커가 이 아름다운 순간을 무성영화가 낫다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다니다 다니다 가장 아름다울 곳에 가장 돼지 멱따는 소리로 가장 유명한 노래들을.... 그리고 한국 사람 정말 많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 찍기 힘들고 크레인들이 풍경을 가려 좋은 결과 어렵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자랑질하지 않고 역설로 쓰는 것임을 느끼는 분은 정말 예리하신 분^^
그래도 뒤에 보이는 Mosteiro da Serra do Pilar의 성곽이 반사하는 석양빛은 장엄했습니다.
이 시간 어디에나 사람이 많습니다.
모루공원에서 보이는 강 건너편에 온갖 노랑의 협주가 시작됩니다.
풍경 보다가 사람 보다가 이야기하다가
입을 다뭅니다.
루이즈 다리 너머 동쪽의 창문들은 모두 오렌지를 합창합니다.
만물이 자기 속에 미량일지라도 황금을 포함하고 있다고 외칩니다.
등 돌리고 있는 사람은 사진 찍히느라 석양을 외면하는 중이고
그래도 모두가 열심히 행복합니다.
해가 떨어지자마자 폭탄 떨어진 듯 새들이 솟구쳐 오릅니다.
무수히 많은 새가 있습니다. 사진 속 노이즈가 새들입니다.
네이팜탄 떨어뜨리는 폭격기가 아님에도
폭발음 없는 섬광이 도시를 느리게 덮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 마음속 퀀텀 레벨의 굉음-구구구구우웅-이 들리는 화면이 연상됩니다.
전쟁 같은 일몰에도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묵묵히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카메라에게 진실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화장 지운 아내의 얼굴처럼?^^
쪼이고 틀면 그래도 아직 노리끼리합니다. 강물에 불빛이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새들이 저마다 자기 구역으로 떠나간 빈자리가 허전하고 속절없이 케이블카는 지나갑니다.
오늘 저녁은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 갈매기는 막막합니다. 아니 뭔가 노리고 있는지도요.
다리 위 수평으로 때 묻은 것 아닙니다.
술통 가득 실은 배 훔쳐 타고 강 복판으로 저으며 소오강호 한 바탕 불러볼까나요?
어둠이 깔리는 거리에 태양의 빈자리를 네온이 채우기 시작합니다.
한식으로 늦은 점심을 거하게 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곳 어디엔가 들어갔겠죠. 풍만한 배를 쓰다듬으며 더 가열차게 걷기로 했습니다. 하프래빗 보러 내려왔으니 다음 글 시작은 하프래빗입니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빔 벤더스, Lisbon Story; Madredeus (0) | 2024.01.17 |
---|---|
어스름한 포르투 골목을 쏘다니다 (0) | 2024.01.13 |
한 여름 못지않게 쨍 했던 포르투의 어떤 겨울날 오후 (0) | 2024.01.12 |
리스본행 주간열차 (1) | 2024.01.11 |
머지않아 떠날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1) | 2024.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