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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머지않아 떠날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by 그랬군요 2024. 1. 10.

돌이킬 때마다 과거는 달라진다고 썼었죠. 생각하기 따라서 여러 뜻으로 변주될 수 있는 말인데  말 그대로의 경우가 제게 일어났습니다.

 

늘 그러하듯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이 떠집니다. 왜 그랬는지 폰 속의 사진을 정리합니다. 오밤중에 뭐 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면서요.

 

이 스크린샷이 보이더군요.

처음 이 문장을 보고 좋아서 캡처했을 것이고 깔끔하게 도려놓은 것을 보니 나중에 쓸 글재료 삼으려 했겠죠. 다시 보니까 느낌은 여전한데 출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입니다.

 

날짜를 보니 한창 아플 때였군요. 이 때 무슨 책을 읽고 무슨 메모를 했었는지 되짚었습니다. 리스본을 다녀온 직후이니 리스본행 야간열차나 존 버거에 천착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뒤졌습니다.

 

존 버거를 따라 28번 트램을 타보지도 못했고 그가 어머니를 만난 광장의 나무도 보지 못했으며 여행기는 기억이 탈색되면서 사진을 일렬종대로 줄 세우는 작업이 되어버렸기에 과거는 정말 돌이킬 때마다 달라지기보다 줄어든다고 실감하던 차입니다.

 

줄어드는 과거를 움켜잡지 못해 안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를 탐색하면 그것이 과거의 재생산이 되니까요. 뒤에 두고 온 것 말고 지금부터 뭘 챙길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죠.

 

How much life they still have before them; how open their future still is; how much can still happen to them; how much they can still experience!

아직 그들 앞에 얼마나 많은 삶이 있는지, 그들의 미래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지!

 - 리스본행 야간열차

 

머지 않아 떠날 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 이 문장에 대한 격렬한 사랑조차도 휘발되었으므로 문장 자체를 '지금' 검색합니다. 결과는....... 두구두구두구두구두두두두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번의 마지막 행이었습니다. 번역마다 내용이 달라져서 그냥 제 느낌을 살려서 번역해 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느낌전달을 위한 번역일 뿐이지 번역시는 아닙니다.^^ 영어를 이렇게 비비꽈서 쓰다니, 셰익스피어 당신 정말...

 

정작 화면캡처한 곳은 웹툰 마법사랑해 83화였습니다. 소네트 문구를 따서 사용했을 수도 있고 순수 창작의 영역에서 우연히 내용이 겹쳤을 수도 있겠죠.

 


 

That time of year thou mayst in me behold

제게서 그런 시절을 볼 수 있을 거예요

When yellow leaves, or none, or few, do hang

누렇게 바랜 잎조차 거의 없거나 겨우 몇 개 매달린

Upon those boughs which shake against the cold,

추위에 떠는 나뭇가지가

Bare ruined choirs where late the sweet birds sang.

달콤한 새들의 노래를 들었던 그곳이 폐허가 된 성가대 같이 보일 그런 때요.

 

In me thou seest the twilight of such day

제게서 황혼을 볼 수 있을지도요

As after sunset fadeth in the west,

서쪽으로 해지고

Which by and by black night doth take away,

캄캄한 밤이 이윽고 잠식해 오면

Death’s second self that seals up all in rest.

관 속에 누워 세상을 저버리고 죽음의 또 다른 모습이 되겠죠.

 

In me thou seest the glowing of such fire

제게서 일렁이는 불빛이 보이나요

That on the ashes of his youth doth lie,

젊음을 태운 재 위에

As the deathbed whereon it must expire,

죽으면 꺼질 게 분명한데도,

Consumed with that which it was nourished by.

제 몸을 태워 불사르는 모습을요.

 

This thou perceiv’st, which makes thy love more strong,

이런 저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요.

To love that well which thou must leave ere long. 

머지않아 떠날지라도 더욱 사랑할 밖에요. 

 

(번역 by 그랬군요)

 

잠시 머문 포르투갈 리스본이지만 격렬히 사랑 아니 걸었습니다. 

소네트 번역에 총기를 모두 태운 바람에 다시 사진 줄 세워 올리는 걸로 태세전환합니다.

 

꽉 찬 하루를 보냈고 낮 같은 밤을 애써 잠을 청하려다 아침이 왔습니다. 아침 광장은 젖어 있었습니다.

 

국립 타일 박물관에 가려고 광장 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인데 건너편 건물 벽에는 다시 햇빛이 드리우네요. 

 

긴 트램, 짧은 트램이 골목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타일 박물관은 ㅁ자형으로 생겼고 가운데에 정원이 있습니다.

 

 

 

 

구글 아트에서 타일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artsandculture.google.com/partner/national-azulejo-museum 

 

 

 구경 잘했으니 점심 먹으러 가야죠. 또 걷습니다.

 

라미로 리스본 검색하면 줄줄이 나오는^^ 로컬 해산물 식당인데 관광객보다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들 계시더군요.

https://www.cervejariaramiro.com/?lang=en

 

로컬 맥주도 종류별로 시켰습니다.

 

먹고 났으니 또 걸어야죠. 타일 박물관도 좋았지만 골목을 걸으면 건물들이 모두 박물관스럽습니다.

 

 

 

 

 

 

첫 글에 썼던 Put It On Lisbon cafe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엠마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오후 일정인 굴벤키엔 박물관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박물관으로 향하는데 주공아파트 느낌입니다. 

 

로비에 있는 조각상입니다.

 

굴벤키엔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을 구글아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artsandculture.google.com/partner/museu-calouste-gulbenkian

 

 

문 닫기 직전까지 보다가 나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저녁식사 장소 근처로 와서 또 걷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 포스터로 유명한 알칸테라 전망대를 향했습니다.

 

알고 온 것은 아니지만 언덕을 올라가는 트램을 구경할 수 있었고요.

 

 

길 자체가 아트갤러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Street+Art+Tafeln/@38.7152618,-9.143378,3a,75y,201.91h,90t/data=!3m7!1e1!3m5!1s_hN-0s7OaQKMiS7jhZ1dXQ!2e0!6shttps:%2F%2Fstreetviewpixels-pa.googleapis.com%2Fv1%2Fthumbnail%3Fpanoid%3D_hN-0s7OaQKMiS7jhZ1dXQ%26cb_client%3Dmaps_sv.tactile.gps%26w%3D203%26h%3D100%26yaw%3D201.9122%26pitch%3D0%26thumbfov%3D100!7i16384!8i8192!4m17!1m7!3m6!1s0xd1933810f01389d:0x109fdbc4507a4b8b!2sPal%C3%A1cio+Foz!8m2!3d38.7156869!4d-9.1423647!16s%2Fm%2F07n6797!3m8!1s0xd1933cd87242dd9:0xeda9a1a8906fb387!8m2!3d38.7151805!4d-9.1434182!10e5!14m1!1BCgIgARICCAI!16s%2Fg%2F11rcklffrs?entry=ttu

 

범상치 않은 그라피티, 서명이 있길래 유토피아를 찾아봤습니다. 

 

UtOPIA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utopia.artist/

 

홈페이지

https://www.utopia-arts.com/gallery

 

 

 

 

크리스마스 앞두고 오길 잘했습니다.

 

화장실 표지판이 제 마음 그대로였습니다.

 

시내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도착한 저녁 식사 장소입니다. 들어서면 여느 식당 같습니다.

 

벽장으로 막힌 골목으로 들어가서 하이힐을 신은 미끈한 다리를 잡아당기면

 

벽은 문이 됩니다. 

 

문 뒤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미니 바 전면의 벽화와 바텐더 모습, 천정은 돌로 쌓아 올려진 돔입니다

 

 

김치, 와사비, 간장 등 서양 셰프가 한국과 일본에 많이 영향받은 것 같습니다. 

 

이제 포르투 갈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