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리시우 광장 한켠에 있는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밥 먹고 나서면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리스본에서의 첫 일출을 볼까 말까 아직 시차의 혼돈을 헤맨 덜 깬 아침에 망설이던 참이었습니다. 호텔의 아침 식사 제공이 7시부터 시작되므로 6시부터 준비해서 7시 정각에 내려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 버틀러를 거느린 귀족이 된 느낌? 식사도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호텔은 Pousada de Lisboa, Praça do Comércio입니다. 이백년 넘은 건물이라는데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았지만 건물 구조나 복도의 조각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작은 규모지만 뭔지 엄숙한 게 예전에 공무로 쓰이던 곳 아닐까 생각합니다.
식사하러 가는 길입니다.
호텔 로비 쪽입니다. 천정의 그림 등이 대항해시대를 연상시킵니다.
아침 식사를 연어와 에그타르트를 곁들여 맛있게 먹고 커피가 맛있어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델타 로스터리라고 리스본 슈퍼에도 파는데 부피 때문에 결국 돌아와서 비싼 돈 주고 아마존에서 주문했답니다.
무심코 여기까지 읽은 분들에게 다시 상기시키자면 첫 '에그타르트'를 호텔 조식부페에서 경험한 것인데요. 식어있는 상태라 이런 거구나 하면서 크게 느낌 없이 지나쳤습니다. 커피는 좋았고요. 값 비싸긴 하지만 다녀온 죄가 있어서 피치 못하네요^^
여행 첫 아침인데, 벌써 얼마나 지났는데 첫 아침이냐구요. 실질적으로 사흘 째 아침이죠, 서둘러 코메리시우 광장으로 나섰습니다. 일출 시각은 7시 50분입니다.
광장 한 가운데 동상 뒤 저 멀리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살짝 쌀쌀한 기운과 뻗쳐오는 태양의 온기가 뒤섞여 청량한 기운이 몸속에서도 대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상 근처를 지나는데 서양 남자 한 명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합니다. 이런 드문 케이스가 있나, 솔로남인데, 요즘 유행하는 뭐 나르씨스트 그겅겨?
폰을 건네받은 아내는 제게 토스합니다. 이런 경우 거의 100프로로 수렴하는 확률로 아이폰입니다. 하얀 동그라미 누르는 것 말고 저는 아이폰을 모릅니다.
'채선'^^을 다해서 찍어줬습니다. 생각보다 단신인 그를 돋보이게 폰을 뒤집어서 찍어주기도 하고 다 찍고 인사받고 그냥 헤어졌다면 제목에 저렇게 쓸 일 없었겠죠.
그는 지금부터 M입니다. 엠은 한국에 몇 년째 살고 있는 외국계 회사 직원이었습니다. 한국 여친도 있고 제 아내와 같은 분야(크게 말해서 개념 단어 하나 겹치는 정도)에서 일하고 있어서 일출 감상은 뒷전이고 바람 부는 광장 동상 아래에서 옷깃 여며가며 한참을 대화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길어지길래 제가 손으로 태양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걷자 손신호했고 셋이 해변 쪽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엠은 아마 우리가 한국인으로 보여 확신하고 접근한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있던 이야기며 한국 회사에서 입지나 같이 오지 못한 여친과의 '연말 왕창휴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 이야기 주제가 동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해는 떠버렸고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다시 동상 아래까지 같이 걸어와 헤어졌는데 돌아보니 다시 아까처럼 셀피를 찍고 있더군요. 원거리로 몇 장 더 찍은 뒤 다시 이야기 나누고 결국 카톡을 주고받아 서로 킾인터치하자고서야 헤어졌습니다.
그날 저녁까지도 동선을 보고(?)했었네요. 지금 쯤은 다시 한국 여친에게 돌아갔을 겁니다.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쉬우니 짜집기 들어갑니다. 한 밤에 골목을 급히 걷는데 흑인 한 명이 접근합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쌩하고 지나치는데 귀에 그의 속삭임이 걸립니다. '꼬까 꼬까 스위시'.....뭐 있다 이런 건데 코카인일까요? 걸려들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걸로 분량이 늘지 않네, 음 글타면, 긱하믄^^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터라 온통 축제 분위기인 코메리시우 광장을 초저녁에 가로지르던 참인데 사람들이 많아 이리저리 피해 걸어야 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신고 있던 여행용으로 구매한 NIKE REACT PEGASUS TRAIL 4 GTX가 좀 튀는 색입니다.
디피에도 리뷰가 올라와서 읽었었는데 매장에서 보고 괜히 끌렸습니다.
제 것은 바로 이 모델인데요. 나중에 생각해도 흑인들 취향에 딱일 것 같습니다. 전 흑인 아임다.
자 이 신발 신고 휘적휘적 광장을 통과하는데 한 흑인 아저씨가 매앤~ 하면서 접근합니다. 너 정말 신발 멋지다(무심코 땡큐), 이런 신발 멋지지 그런데 아니 어디서 왔냐(무심코 시애틀) 난 네가 정말 좋아 보인다 그래서 이걸 네게 주고 싶어(제 손에 팔찌를 검, 아이돈니드잇 해봤자 벌써 걸렸음) 그거 알어 이건 내게 굉장히 소중한 거야 그러니 너도 네 것 중에 소중한 것을 내게 주면 돼(동시에 저는 아이돈 니드잇 시전) 는 거야 하면서 눈을 부릅 뜸.
조금만 지체했다가는 동료들이 몰려와서 둘러싸일 게 뻔한데 아내는 야속하게 20미터 전방에 홀로 걸어가고 있음, 저럴 때는 가족이 아니고 전혀 모르는 사람 같음.
눈을 부릅뜰 때 밀리면 지는 거임, 작은 눈을 같이 부릅뜨면서 재빨리 팔목에서 팔찌를 빼 주려고 했더니 뒤로 물러남, 준 것을 돌려받을 수 없다나. 아직까지 눈 말고는 일반적인 매너를 벗어나지 않고 있을 때 먼저 일탈하는 놈이 이기는 거임. 허리춤에 찬 웨이스트백 위에 얹어주고 상대의 눈이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아직 판단의 디시전을 못 내리고 모래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틈타 재빨리 목소리 사정권 밖으로 최대한 빨리 벗어나 아내 곁으로 갔습니다, 휴우.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시내에는 검은 비니와 검은 패딩과 검은 진 바지를 입은 대체로 흑인인 무리들이 단독으로 혹은 두셋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발광하는 제기 같은 것을 하늘 높이 던지며 호객한다던가, 굉장히 큰 비눗방울을 만든다던가, 저렇게 팔찌를 가지고 작업을 친다던가 나아가 큰길에서 핸드백을 늘어놓고 파는 무리들과 마치 유니폼처럼 옷과 모자를 맞췄더군요. 심증만 있었는데 6명 이상이 몰려 앉아 담배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제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제명품 물건도 팔고 야바우도 하며 갈취도 하고 소매치기까지도 겸업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팔찌에 대응해 소중한 제 것이라면 운동화 아니면 돈 등 무엇이든 그가 요구하는 것이 되었었겠죠.
여행길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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