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간문체 자서전, 다단계, 르포, 어둠의 자식들이 생각난다. 절연(마일리지카드)
김애란의 서른을 읽으면서 따로 메모한 내용입니다. 제목의 휴먼 센티피드는 검색하지 마세요. 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목으로 더 맞는 표현을 찾을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마케팅 조직의 개념이 어떻든 일반인은 피라미드식 구조를 먼저 생각합니다. 피라미드 식 구조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장부기표되는 수익창출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지 결국 이익은 상향으로 흐르고 밑에서는 사람이 지옥불로 들어가는 아주 단순한 형태로 알고 있기에, 저는 그 교육장 입구에서 탈출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자세히 교육받아보지 못했으므로 모르지만, 제게도 지옥불에 몸을 던지면 안 된다는 본능 정도는 있습니다.
돈은 위로 흐로고 위로 올라가면 돈 벌게 되어 있으니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자신도 위에 있으리라 생각하겠지요. 달콤합니다. 숨만 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인데, 사실 숨 쉬는 누군가 내 똥을 받아먹어야 하는 것은 절대 생각해서는 안 되고 그걸 말해주지 않습니다. 일단 걸려들면 누군가의 똥을 먹으며 휴먼 센티피드의 일부가 되어 내 똥을 내려보내야 하니까요. 돈의 구조만 이야기하고 똥의 방향을 설명하지 않는 반쪽짜리 사탕발림에 너무도 많은 젊음이 허비되고 있다는 말인데요.
빵을 절대로 먹지 않던 언니에게 1년 모은 만원 짜리 빵가게 마일리지카드를 작별 선물로 내밀던 주인공은 잘 자라고 수면양말을 주던 언니와는 교감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나오지 않지만 언니에게도 연락을 했었을 것이며 절연의 표시로 사용하지 않은 10년 전 마일리지카드를 되돌려 보냈던 것이죠.
김애란 작가의 글은 쉴 새 없이 면치기 할 수 있는 라면발처럼 꼬들꼬들하게 끝까지 이어집니다. 휴먼 센터피드의 참상을 고백록 같은 편지 자서전으로 반성의 끝까지 몰고 가지만 아직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절망의 끝과 후회나 미안함 따위마저 사치로 느껴질 만큼 절박한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르포.
굳이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대학생이 학생운동을 했고, 지금은 다단계 판매를 하게 됐다는, 그 정도일까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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