혤리혜성이 지나간 때는 1986년입니다. 김애란 작가가 80년생이니 그가 6살 때(이전에는 7살 때지만, 마찬가지로 취학 전) 일인데. 물론 혤리혜성이 지나간 일 말입니다.
스카이 콩콩은 독특한 분위기였지만 2005년이면 작가가 25살 무렵이고 지금부터도 19년 전입니다. 비슷한 느낌적 느낌을 내려는 웹툰에 많이 오염되었을까, 진부하고 식상한 독특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첫인상은 시시껄렁하고 실망스러웠지만 그럴 수 있다 누구나, 너는 이런 글이나 써봤느냐 하는 준엄한 소리가 내면으로부터 들려왔습니다. 적어도 제가 이해 못 한 것으로 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만취한 아버지는 집에 오는 길에 주인집 개가 단지 '짖는다'는 이유로, 스카이 콩콩을 들어 그 개를 정말 개패듯 팼고, 다음 날 주인집 여자 앞에서 개처럼 빌었다."
이 문장을 읽고 처음부터 다시 살폈습니다. 가로등을 역사의 증인처럼 받들고 대상 없는 키스나 턱없는 가로등과 기적을 연관시키거나 그래서 빙글빙글 돌거나 환상적이지도 않은데 그런 척하는 느낌이 들어 기껀 의인화하는 가로등에도 이입하기 거부감이 듭니다. 이 또한 의도한 것 아닌지?
삶이 판타지가 아님을 안 되는 소리 갖다 모아 늘어놓아 이거 다 거짓말입니다~ 이런 식이고, 고추와 스카이콩콩의 조삼모사 같은 교환이나 즉흥적이면서 절대적인 아버지가 개만도 못하다는 것을 미취학 아동은 세상을 아직 모를 때부터 벌써 알았다는 것이죠. 고추를 확인 당하는 특권은 남자아이만 있는 것도 충격적인 일이죠,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는.
스카이 콩콩을 열심히 타기만 했어도 저 위에 인용한 문구처럼, 국가적 폭력, 가부장제의 폭력, 경제적 서열의 폭력을 이거 나만 불편한 거냐고 아이의 입으로 말하게 됨을 그렇게 뻔하게 불합리하다는 것을,
가부장제에 대한 반감과 덜 떨어진 형을 내세워 가부장제의 세습에 대한 조소를, 그 와중에 내 할 일은 하겠다는, 기적을 믿으며, 열심히.
아이는 판타지를 믿을 정도로 어리나 아버지나 형을 애잔히 바라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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