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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느끼기

카프카의 글쓰기를 생각하며

by 그랬군요 2024. 1. 15.

 

 

카프카의 책을 읽을수록 카프카의 글을 이해하기보다는 그가 문장 하나하나를 어떻게 썼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상황이나 관계에서 예상할 수 없는 전개나 대응이나 대화들이 이해할 수 없음에도 줄거리는 전개되고 끝맺음을 맺게 됩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면서 떨어져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형용사를 바꾸거나 인과관계를 바꾸거나 다른 관계에 쓸 법한 수사를 가져온다거나 해서 완성된 문장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책장 너머로 여러 겹의 상황이나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체의 그림이 비록 흐릿해도 형상이 있으면서 그 구성체 하나하나가 뚜렷한 형상이 들어있는 사진 모자이크를 닮았습니다. 불합리한 모든 것들에 대해, 부조리한 모든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며 풍자하고 역설적으로 질타하는 모습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차라리 카프카를 읽으면 그나마 분노가 진정됩니다. 하지만 엉성한 전체 그림 속 디테일들이 뚜렷한 것처럼 세상사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들에 대해 비판의 서슬이 단련됩니다.

 

영어로도 번역으로도 여전히 모호하며 복잡하고 읽는데 안구에 굳은살 배길 것 같지만 100년 전에 이미 현재와 다를 바 없는 세태의 인지부조화를 카프카는 꿰뚫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밑에 예문들이 매직아이 보듯 한참 읽으면 뭔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안 보여도 제 탓 아닙니다.


 

nobody should be blamed for this, nobody could behave any differently, it was all due to the influence of the Castle.

누구도 이 일로 비난받아서는 안되며, 누구도 달리 행동할 수 없는데 이는 모두 '성'의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죄 없는 누군가가 속절없이 비난받는 세태)

 

People simply withdrew. The people here as well as at the Castle. While we did of course notice the villagers’ withdrawal, there was no noticeable reaction from the Castle. We hadn’t noticed the Castle’s caring beforehand, so how could we now notice a complete change. The silence was the worst. And by no means the villagers’ withdrawal, which had not been undertaken out of any particular conviction, ~

사람들은 단순히 물러갔습니다. 성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곳 주민들도요.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철수하는 것은 물론 눈치챘지만, 성 측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전에도 성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어떤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겠습니까? 침묵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철수는 결코 어떤 특별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매한 군중은 그저 우왕좌왕한다, 말해야 할 책임 있는 사람이 침묵하는 상황)

 

We weren’t afraid of anything to come, we were only suffering from present circumstances and were in the middle of being punished.~

우리는 다가올 것이 두렵지 않았고, 단지 현재의 상황이 고통스러웠고, 벌을 받는 중이었을 뿐이었어요~.

 (현실이 고통스럽다)

 

So if we had simply come out again, let the past rest, shown through our behavior that we had overcome the matter, regardless of how, and if the public had been thus persuaded that whatever the entire matter might have been about, it would never be discussed again, even then everything would have been fine, and we would have encountered the same old helpfulness everywhere; even if we had only partly forgotten the matter, they would have understood this and helped us to forget it entirely. 

그래서 우리가 다시 나서서 과거는 잊고, 어떻게든 이 문제를 극복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더라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이 문제가 총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든 간에 대중을 설득했다면, 다시는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오히려 모든 것이 잘 풀렸었을 것이고, 모든 곳에서 똑같은 도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문제를 조금 잊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우리가 완전히 망각하도록 유도했을 것입니다.(만수산 드렁칡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혼종)

 

we, Barnabas and I, couldn’t refrain from discussing our worries and our plans, sometimes we came to a stop as we spoke and it took Father’s ‘Hey’ to remind us of our duty.

바나바와 저는 걱정거리와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자제할 수 없었고, 때때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멈추게 되면 아버지의 '이봐요'가 우리의 의무를 상기시켜 주곤 했습니다. (할 일이나 해)

  

 

~and if you examine yourself you’ll have to admit that on first arriving here you too thought that you noticed the justification for this contempt; later when people began coming to see us again, they turned up their noses at the most trivial things, for instance that the little oil lamp was hanging over the table. Where else should it hang if not over the table, but to them that was intolerable. Yet if we hung the lamp elsewhere, that still didn’t lessen their aversion. Everything that we were and possessed met with the same contempt.

~그리고 돌이켜 보면 당신이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당신도 이러한 경멸의 정당성을 알았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사람들이 우리를 다시 만나러 오기 시작했을 때 작은 기름 램프가 탁자 위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코를 찡그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식탁 위가 아니라면 다른 곳에 걸어야 하는데, 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등잔을 다른 곳에 걸어 놓아도 그들의 혐오감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존재하고 소유한 모든 것이 똑같은 경멸을 받았습니다.

(사소한 혐오와 지탄, 분란 등)